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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48 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 우리가 가야 할 길 ​

  • 작성일 202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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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93
신범상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로봇은 급속한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미국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올해 휴머노이드를 포함한 로봇이 변화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AI 경쟁의 다음 단계인 휴머노이드 제조에 뛰어든 것이다. 현시대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빼고 미래를 논하기 어렵다. 한국에서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한국의 로봇 시장을 알아본다.


뒤처지고 있는 한국 휴머노이드 시장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사람 형태의 로봇을 말한다. 사람처럼 두 팔과 다리가 있으며, 시각 및 청각을 통한 인식 기능과 운동 기능을 모두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로봇 기술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의 지능형 로봇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2004년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휴보’는 키 120cm, 몸무게 55kg의 조건을 가지고 인간처럼 춤추고 걸을 수 있는 혁신적인 로봇이었다. 



▲‘휴보’의 모습 (사진: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2281592)


  ‘휴보’는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KAIST는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며 한국의 기술력을 각인시켰다. 2015년에는 세계 각국의 로봇들이 참가해 재난 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대회인 ‘DARPA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우승을 하며 ‘휴보’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성과 상업적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2010년대 이후 투자가 위축되었다. 


  현재 우리의 로봇 산업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다. 미국이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거대 기업 중심으로 우위를 점했고, 중국은 탄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었지만 로봇의 효용성과 개발 이유에 대한 의문, 그로 인한 투자 감소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중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에 필요한 것은?


  작년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 등 여러 기업은 로봇 전문기업을 인수하거나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는 ‘휴보’ 연구진이 설립한 회사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인수했다. 2030까지 반도체 사업장의 무인 공정 구현을 위한 로봇 연구 개발에 집중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과거 로봇의 사용가치를 과소평가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로봇의 활용 가능성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한 투자가 아닌, 실질적 활용성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의 로봇 기업 리얼보틱스는 ‘CES 2025(세계 최대 IT 박람회)’ 에서 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리아'를 공개했다. 키 155cm에 금발을 가진 성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리아'는 인간과의 친밀한 상호 작용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로봇이다. 또,  노르웨이 기업이 개발한 '오감마'라는 AI 휴머노이드는 집안 청소와 정리는 물론 식사 준비까지 돕는 가정용 보조 로봇이다. 이렇게 로봇이 인간사회에서 어우러지며 휴머노이드 로봇 스스로 자신의 유용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로봇 소프트웨어 역량을 고도화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 AI 기술력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휴머노이드와 합작해 고기능화하는 것에는 개발이 미흡하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주도하게 되면, 한국 제조업도 심각한 위기를 직면할 수 있다.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로봇을 제조업에 투입하면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도 기민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으며, AI와 휴머노이드를 하나로 보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 투자 또한 AI와 로봇이 별개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함께 같은 작업을 할 수 있는 절대적 가치를 추구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리적 AI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기술이다. 생산에서 상업, 상업에서 가정용으로 발전해나가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를 공개한 이후 자사 공장에 투입해 단순 노동을 대체하고, 내년부터는 기업들을 상대로 외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제조업에 있어서 인간보다 작업 성능의 수준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에 미래에는 고도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테슬라 ‘옵티머스’ 로봇 모습(사진: https://n.news.naver.com/article/053/0000048610?sid=105)


  그럼에도 아직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모든 분야에서 상용화되지 못하는 것은 '인간 사회 속 교란 가능성' 때문이다. 기존 일자리 감소와 노동 시장 재편 문제는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내용이다. 로봇이 사람보다 효율이 월등하기 때문에 단순한 구조의 생산업에서는 대체 일자리를 생각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로봇의 윤리적 판단과 책임에 대한 논의도 필수적이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거나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한 경우, 이를 통제하고 규제할 정책적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은 21세기의 필연적인 흐름이다. 산업, 가정,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미래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도태되지 않으려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닌 사회적 혁신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로봇 윤리와 노동 시장 변화에 대한 논의를 선제적으로 이끌어가며, 로봇의 활용 목적을 적절하게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대학 역시 로봇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2024 국제로봇콘테스트 휴머노이드 로봇스포츠대회 조종부문 창작리그’에서 지능형로봇 혁신융합대학산업단(휴먼지능로봇공학과 학생)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1등)을 수상했다. 젊은 인재들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져야 우리의 로봇 산업이 다시금 도약할 수 있다.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로봇과 함께할 미래, 우리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