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호 고민 중독 플래너
고민 중독 플래너
남영욱 수습기자
여러분도 다들 한 번쯤은 플래너를 써보신 경험이 있으실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플래너란 어떤 구조인가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플래너를 써 오며 정말 많은 종류의 플래너를 써봤는데요. 그 결과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고 생각하는 플래너는 다음과 같습니다.
왼쪽엔 주간할일 체크리스트 오른쪽엔 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구조인데요. 체크리스트는 다른 평범한 플래너와 다를 바 없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은 우측의 '메모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개인마다 정말 다른데 저는 이 공간을 저의 '고민'으로 채워 나갔습니다.
우리는 많은 고민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이를테면 오늘 연강 시간 사이에 밥을 어떻게 먹을지부터 조별 과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까지. 정말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할 일 하나하나를 정하는 것 자체가 모두 고민입니다. 저는 이런 고민들을 날려 보내는 것이 너무 아깝습니다. 분명 제가 고민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 순간의 저에게는 고민이 될 만큼 비중이 있었던 일일 텐데 말이죠. 그러한 고민들을 머리로만 담으려다 까먹어버리면 너무 억울하고 답답하더라고요. 아마 여러분도 뭔가 엄청 중요한 것은 아닌데 생각해 오던 일을 갑자기 까먹어 답답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모든 고민을 메모판에 작성하고, 이를 구체화합니다. 그 후 단계별로 구분하여 체크리스트에 옮겨 적습니다. 예를 들어 앞서 잠시 언급한 '오늘 연강시간에 밥을 어떻게 먹을지'가 고민이라고 한다면, 이를 '무엇을 먹을지', '10분 사이에 어떻게 음식을 조달할지', '10분 사이에 어떻게 다 먹을지'로 구체화합니다. 그 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메뉴 리스트 정리', '공강인 친구에게 사서 교실로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기'로 구체화한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좌측 체크리스트에 써넣습니다. 그 체크리스트의 체크 표시를 완료하면 저의 고민에도 체크 표시가 찍히겠죠.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고민을 정리하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확신이 고민을 가치 있게 만들어줍니다. 고민의 시간을 무로 돌리는 것은 바로 ‘흐지부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MBTI로 말씀드리자면 확신의 대문자 N으로, 생각이 아주 많은 사람입니다. 이에 따라 고민도 굉장히 많은 사람이죠. 다들 고민이 많은 성격이 단점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저는 이 고민이 많은 성격을 장점으로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플래너를 채택했습니다.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그 고민의 끝에 무언가 남지 않으면 그 시간은 낭비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실패건 성공이건 무언가 남는 것이 고민의 시간의 가치를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실패할지라도 그 실패의 걸림돌조차도 고민의 시간을 증명해 주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여러분의 발에 걸려 날아간 그 걸림돌이, 어느새 다음의 성공을 향한 징검다리 디딤돌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여러분의 고민에 체크 표시가 찍히길 바라며, 저는 이만 ‘기사 작성’에 체크 표시를 하러 가보겠습니다.